[주변의 예술가] 안무가 원혜인

노유정 / 2023-02-21 16:12:45
<라이터 앤 스피커>, 아브라모비치 작품서 영감받아 기획
오는 3월12일 오후4시,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서 공연

“작품 제목이 왜 <라이터 앤 스피커(Writer and Speaker)>인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사실 아주 보편적인 소통 방법이 글과 말이잖아요. 저는 글과 말을 작품으로 풀어낸다는 점을 관객들에게 제목으로 전달하고 싶었어요.”

 

지난해 10월 세종문화회관에서 <라이터 앤 스피커>를 통해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한 원혜인 안무가가 올해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에 선정돼 오는 3월 또 다시 관객을 찾는다.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 후원으로 제작된 <라이터 앤 스피커>는 원 안무가가 유명 행위예술가인 아브라모비치의 <예술가는 여기있다>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된 공연이다.

 

▲ 원혜인 안무가(왼쪽)와 <라이터 앤 스피커> 포스터.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작품을 진행하는 동안 화장실에 가지도, 어떤 행동을 취하지도 못하고 앉아 있어야 했던 부분을 관심있게 지켜본 원 안무가는 “관객들은 공연을 즐기고 있지만, 정작 한 곳에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행위를 하는 작가 본인은 고통스럽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역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나 자신보다는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에 익숙해지게 되는데, ‘나를 중심으로 생각해보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생각을 공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아브라모비치의 행위예술을 보고 자신만의 작품을 탄생시켰지만, 원 안무가는 특별히 좋아하는 예술가는 없다고 한다. 이는 특정 예술가를 좋아하면 자신의 작품이 그 방향으로 기울어질 수 있는 우려 때문이란다. 

 

그 대신 영감을 주는 작품이 생기면 자신의 작업에 접목하려고 노력한다. 실제로 그녀는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을 보고 모티브를 얻어 <비밀 공연>이라는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통상 무용공연은 춤을 매개체로 삼아 관객은 이를 추상적으로 받아들이는데, 이런 부분을 깨기 위해 원 작가는 연극적인 요소나 일상에서 사용되는 소품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생화 해바라기와 벽돌, 영상 등을 동원해 선보인 <라이터 앤 스피커> 공연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이 작품은 관객들로부터 ‘이색적인 공연’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 <라이터 앤 스피커> 공연 장면.

 

원 안무가는 “무용 공연을 볼 때 무용수의 춤 선과 그 순간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창작물 같은 공연의 경우 미리 팸플릿을 읽고 감상하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씬(scene)별로 분석하고,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찾아내기보다는 영화나 그림을 감상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즐기면 좋을 것 같다”라고 조언했다.

 

공연 준비는 물론 대학교와 예고 강의, 박사 논문 준비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는 자신을 이해해주고 지원해주는 가족의 존재가 큰 힘이 된단다.

 

오는 3월12일 오후 4시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라이터 앤 스피커>는 관객들에게 ‘나’와의 내면과 관계를 회복하고 ‘나’가 주체인 삶을 찾아갈 수 있게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원혜인 안무가 외에 트러스트 댄스 컴퍼니의 임영과 정건, 양다혜, 조혜인, 이한솔, 김지원, 이수빈이 출연한다.

 

한편 원혜인 안무가는 대한무용학회가 주최한 춤으로 푸는 고전에서 <푸른수염>으로 안무가상을, 한국발레협회 주최 창작발레인 신인안무가전에서는 <나 거기에 그들처럼>으로 신인 안무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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