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신의 기차로, 세계로 8화] 한국철도와 인연이 깊은 프랑스 철도

편집국 / 2022-09-08 13:22:12

[하비엔=편집국] 프랑스는 1896년 조선 왕국에서 서울-의주간 경의선 부설 특허를 받았지만 자금 부족으로 반납한 사실이 있다. 

 

경성-목포간 경목선(호남선) 부설요청은 당시 ‘곡창지대 철도는 우리가 부설하자’는 국민 정서로 불허된 후 90여년이 지난 1984년부터 1986년까지 프랑스 CGA가 한국 최초의 지하철인 수도권 전철 역무 자동화 시스템(AFC)을 설치했다. 또 한국 최초의 고속철도 차량은 1994년 납품 계약한 프랑스 TGV가 제작한 차량이다.

 

▲ 증명사진촬영소.


필자가 프랑스 철도를 찾은 것은 서울 지하철공사와 철도청 간의 상호 연계 운행에 따른 수입금 배분의 갈등 해소방안을 찾기 위해 지하철공사, 5호선 개통을 앞둔 서울도시철도 및 한국교통연구원의 관계자와 함께 1995년 독일을 거쳐 파리를 방문했던 것이다. 

 

그간 궁금했던 지하철역 주변에 설치된 간이 사진 촬영소의 용도를 알게 되면서부터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 사진을 보는 여인들.


우연히 파리 지하철 사진 촬영소에서 나온 아가씨들이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신기해 사연을 알아보니, 오렌지 카드에 붙일 증명사진을 찍었다는 대답에 우리의 정기승차권에 사진을 붙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서 놀랐다.

 

지하철역의 사진 촬영소는 우리나라의 경우 필요가 없는데 잘못 도입됐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던 기억이 남아 있다.


▲ 오렌지카드.

파리의 오렌지 카드는 지하철은 물론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에 사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로, 종업원 11명 이상 고용한 모든 기업으로부터 교통센터가 교통세를 징수해 각 교통기관의 운행실적에 비례,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이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좋은 제도였다.

▲최초 여객철도(위키백과).


프랑스 철도는 1827년 생티엔느광산 석탄을 운반하기 위해 안드레지외까지 마차철도를 부설한 후 1830년 생티엔느-리옹간 증기기관차가 끄는 화물철도 노선을 부설했다. 이 노선 가운데 지보-리브드지에 구간에서 승객을 태우기 시작했고, 1832년 전 구간에 여객용 철도를 운영하기 시작했지만, 최초의 철도가 개통된 이후 프랑스 철도 확장은 오랜 기간 심각한 정체를 겪었다.

1848년 2월 혁명으로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의 조카 루이 나폴레옹이 대통령으로 추대돼 두 번째 공화국을 실현한 루이 나폴레옹은 공화국 대통령의 지위를 버리고 1851년의 쿠테타와 1852년의 황제 선언 이후 프랑스는 1871년 파리 꼬뮌의 마지막 민중봉기까지, 혁명의 에너지를 소멸시키는 과정을 겪게 된다.

1851년 이후 노동자들이 도시에 머물도록 하는 공장들을 대거 외곽으로 이전시키는 과정에서 철도가 등장했다. 당시 대규모로 이뤄진 철거작업과 철도 건설은 불황기를 극복하는 촉매가 돼 실업과 빈곤 해소 등 경제성장에 도움을 줘 1850년 몇 가닥에 불과했던 철도망은 1870년에 1만7400㎞에 달하는 거대한 교통망이 형성됐다. 철도건설의 확대로 교통량과 산업생산량 증가에 더욱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1900년 오르세역.


이 때 프랑스의 각지 철도회사는 동철도회사, 국가철도회사, 북철도회사, 파리-리옹 지중해철도회사, 파리-오를레앙 미디철도회사 5개였다. 파리-오를레앙 미디철도회사는 1871년 꼬뮌으로 인해 불타버린 옛 감사원의 잔해가 남아있는 토지를 취득했다. 이곳에 파리만국박람회에 맞춰 1900년 건립했던 오르세역은 1986년 세계적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1930년 대공황의 여파로 철도회사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제3공화국 인민전선 내각은 5개 철도회사를 국유화해 1938년 SNCF(프랑스 국유철도)를 설립해 철도 운영을 총괄했다.

 

이후 2021년 현재 표준궤간(1435㎜) 선로 3만2000㎞에 달하는 철도망을 27만296명의 직원이 관리하는 공기업으로 프랑스 철도 대부분은 중앙정부에 의해 운영되는 강력한 공영철도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 SNCF TGV열차.

SNCF는 1969년 파리-리옹간 고속철도 건설을 제안해 1971년 계획을 확정하고, 1975년까지 연구해 1976년 TGV 고속차량 87개 편성의 제작과 파리-리옹간 426㎞ 건설에 착공했다. 이후 1981년 TGV 동남선 남부 275㎞ 구간에서 최고속도 250㎞로 개통했고, 1990년에는 TGV 대서양선의 남부 지선에서 시속 515.3㎞/h의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 하이퍼루프 캡슐 건설 모습.


세계 최고의 철도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의 테제베(TGV)는 우리나라의 KTX뿐 아니라 스페인, 스위스, 이탈리아 등 여러 국가의 고속철도에 기반 기술을 제공했다. 특히 고속철도의 속도만이 아닌 철도망의 건설은 물론 관리 및 유지와 보수, 신호에 이르기까지 철도 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초고속 진공 튜브 열차인 하이퍼루프에도 투자해 캡슐을 건설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최대 공기업 중 하나인 SNCF는 58조원에 달하는 부채에도 주 35시간 노동, 연간 5~10주간 유급 휴가 등 노동 친화적인 근로환경과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잦은 파업으로 인한 열차의 연착과 운행 중지 등의 뉴스 또한 그치지 않고 있다.


▲ 이누위(inOui) 고속열차.

 

SNCF는 최근 파리-보르도간 새 고속철도를 자사의 저가 고속철 브랜드인 위고, 고속버스 위버스, 렌터카 서비스 위카와 브랜드 일관성을 기하기 위해 테제베(TGV)가 40년간 유지해온 고속철도 이름을 이누위로 변경했다. 프랑스어에서 ‘위(Oui)’라는 말은 영어의 ‘예스(yes)’와 같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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