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신의 기차로, 세계로 6화] 철도 기념일

편집국 / 2022-06-28 14:09:54

[하비엔=편집국] 과거 9월18일이던 ‘철도의 날’이 일제의 잔재라는 비판으로, 지난 2018년부터 우리 정부 기구에 철도국이 최초로 설치됐던 6월28일(1896년)로 변경됐다.

 

이로 인해 수 십년간 지켜온 기념일 변경에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초창기 근무했던 일본인 회고록에 기록된 일제의 경인철도 개통기념비 건립 계획이 민심 동요 우려로 포기됐다는 이야기는 일제에 대한 당시의 국민감정을 짐작하게 한다.

 

▲ 1938년 1월19일자 동아일보.


예전 철도의 날(9월18일)은 최초의 철도 개통일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1937년 일제의 중국 침략전쟁 당시 한국철도 종사원의 기강 확립을 위해 ‘철도국의 날’로 정하고, 전국의 철도종사원들에게 신사참배를 하도록 했던 날이다.

이러한 날을 역사적인 검토 없이 1964년 철도의 의의를 높이고 종사원의 노고를 위로한다는 국가기념일로 다시 지정한 것이다. 북한은 1954년 5월11일 김일성이 교통운수부문 모범일꾼 회의를 소집하고 ‘교통운수부문 일꾼들의 당면 과업에 대하여’ 발표를 기념해 1963년 3월18일에 ‘철도절’(5월11일)이라는 기념일로 제정했다.

철도의 날은 그동안 철도종사원들이 명절처럼 여겨왔다. 하지만 철도청이 철도공사로 변경된 후 협회가 기념행사를 주관하면서부터 철도종사원들은 남의 집 잔치에 초대된 손님으로 탈바꿈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 행해지는 철도기념일은 어떠할까.


▲ 일본 ‘철도의 날’ 기념 입장권과 중국 ‘철로절’ 포스터와 행사 및 기념 우표.


일본은 철도성에서 1872년 10월14일 신바시(新橋)-요코하마(橫浜)간 최초의 철도 개통 50주년을 맞는 1922년에 10월14일을 ‘철도기념일’로 제정했다. 이후 1949년 ‘일본 국유철도 기념일’로 명칭을 변경해 1987년 철도사업 민영화 후에도 지속되다가, 1994년 ‘철도의 날’로 변경해 모든 철도 사업자들이 함께 기념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1865년 영국인들이 베이징 선무문 밖에 철도건설을 시작한 후 1876년 영국 이화양행의 철도건설을 지방 인사들이 반대하자 청나라 정부가 출자해 철거했다. 이후 중국 스스로 철도건설을 착공한 1881년 6월9일을 ‘철로절’로 지정했고, 이 날을 기념하는 행사로 증기기관차를 운행하거나 철도시설, 차량기지 등을 일반에 공개하는 행사를 열었다.

또 미국은 암트랙이 철도여행의 장점과 미국 기차 역사에 대한 정보를 일반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2008년부터 5월 첫 주 토요일을 ‘철도의 날’로 정했다. 이날 미국 전역의 철도박물관과 주요 암트랙 역에서는 각종 장비와 연구자료 등을 전시했지만, 2015년 이후 암트랙의 예산 삭감으로 전시는 중단됐다.


▲ 해마다 다른 미국k의 ‘National Train Day’ 홍보 포스터.


특별한 철도기념일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철도 기념행사가 세계적인 뉴스로 보도됐던 나라는 철도의 원조 국가인 영국이다. 세계 최초로 기관차와 지하철을 운행했던 만큼 영국의 수 많은 기념행사를 각 나라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하기도 했다.


▲ 세계 최초의 철도지하철.

 

지난 2013년 1월, 영국은 증기기관차로 시작한 지하철 운행 15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1898년 제작된 증기기관차 엔진을 3년에 걸쳐 복원했고, 런던 지하철 Hammersmith&City 노선의 일부 구간에서 시험운행을 마친 증기기관차를 지하철에 투입했다.

 

▲ 세계 최초의 지하철 증기기관차. 


당시 증기기관차가 끄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올림피아역은 승객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방에서도 새벽 5시30분 첫 차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고, 첫 운행차에는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이 시승했다. 특히 1년 내내 계속된 기념행사에는 영국 여왕도 참여했고, 기념우표는 물론 기념주화가 발행되기도 했다.


▲ (사진 왼쪽부터) 지하철 증기기관차 열차, 지하철에 승차한 영국 여왕, 기념우표, 기념주화.

 

또 지난 1월 영국 Durham 주 의회는 1825년 9월27일 세계 최초로 여객열차를 운행한 Stockton and Darlington 철도(S&DR)가 200주년을 맞는 오는 2025년에 증기기관차 여행과 전시, 퍼레이드, 연극 행사 등을 진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제 선진국이 된 우리나라도 형식적이고, 별 의미도 없는 기념식보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며 가치를 나눌 수 있는 값진 기념행사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오는 2025년에 운행될 예정인 증기기관차.

 

 

 

 

[ⓒ 하비엔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