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신의 기차로, 세계로 7화] 세계 최초로 철도박물관을 개관한 독일철도

편집국 / 2022-07-29 12:44:27

[하비엔=편집국] 필자는 1995년 수도권 전철 업무로 유럽 출장 중 독일의 역 출입구가 개방된 통로에 승차권 개표기만 설치된 역에서 승차권 소지 확인을 어떻게 하는지 물은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매주 전문 단속팀이 무작위로 단속해 적발된 자는 운임과 3배의 부가금을 납부시킨다”는 답변을 들었다.


또 운임과 부가금 납부는 누구든 적발된 본인이 직접 철도회사를 방문해 수납해야 하고, 외국인의 경우 3회 이상 적발되면 강제 출국시킨다는 것이다. 다음날 독일 철도회사를 방문했을 때, 어느 사무실 앞에 무임승차로 적발돼 운임과 부가금 납부를 위해 수 십 명이 길게 줄을 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독일 역 출입구 개표기.


안내인의 설명에 따르면, 무임승차로 적발된 사람 중에는 외국 유학생들이 현지 사정에 미숙해 본의 아니게 무임승차로 3회 이상 적발돼 강제 출국당하면서 다니던 학교마저 퇴교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혹시라도 한국 유학생도 그런 수모를 당하지 않았는지 걱정했던 기억이 있다.


▲ 세계 최초의 전기열차.

독일철도는 영국보다 10년 늦은 1835년 뉘른베르크-휘어튼 구간에 처음 개통됐다. 이후 1879년 Siemens가 발명한 세계 최초의 전기기관차로 승객 6명을 태운 차량 3량을 견인해 300m의 원형 선로에서 13㎞/h의 속도로 4개월 동안 승객 9만명을 태운 기록이 있다.

▲ 루돌프 디젤.

세계 철도사에 큰 업적을 쌓은 디젤전기기관차의 디젤엔진은 1893~1897년 사이 식물부산물(바이오매스) 연료로 가동되는 압축착화방식의 새로운 엔진을 개발해 실용화에 성공, 세계특허를 획득한 사람은 독일인 루돌프 디젤이었다.

 

오랜 기간 남편의 연구를 지켜본 그의 아내가 새로 개발한 엔진의 이름을 남편의 이름과 같은 Diesel로 정하자고 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름이 됐다. 그는 당시 많은 돈을 벌어 엄청난 부자가 됐지만, 우울증이 심했다. 마침내 1913년 영국행 배에서 실종된 루돌프 디젤이 이후 바다에서 시신이 발견된 사건은 지금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다. 

 

▲Schienenzeppelin.


1931년 5월10일 최초의 프로펠러 고속열차 쉬넨체펠린을 개발해 시속 200㎞/h를 돌파했고, 6월21일 베르린-함부르크간 시속 230.2㎞/h를 기록했지만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면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차량을 해체,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ICE(Intercity-Express).

1991년 운행을 시작한 이체에(ICE)는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시속 300㎞의 고속열차로, 베를린과 함부르크, 쾰른 등으로 운행됐고, 덴마크와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까지 국제 열차도 운행하고 있다.

▲1999.12월 고속철도 시험선 운행.


필자는 1995년 독일 출장 중 난생 처음 승차한 고속철도 ICE의 옆 도로에서 달리는 승용차들이 빠르게 뒤로 쳐지는 모습을 보고 시속 300㎞라는 속도감을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 1999년 KTX 최초의 시험 선로 운행 열차를 시승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Nuremberg의 DB Museum.

 

2013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철도박물관 컨퍼런스’에서 독일철도박물관장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철도박물관을 개관한 독일이 최고다”라는 발표를 한 바 있다. 독일 최초의 철도가 개통된 뉘른베르크에 1899년 세계 최초로 철도박물관이 개관된 사실을 이 때 알았다.

 

▲사진 왼쪽부터 도이치 반 한국출장소 방문, 독일 승차권발권기 기증 감사장, 도이치 반과 독일관광청 워크숍, 워크숍 후 철도박물관 방문.

 

이후 2014년 4월 독일철도 승차권을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한국총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여분의 독일 승차권 발권기를 철도박물관에 기증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아들여 철도박물관에 전시를 시작하면서 GSA 이분란 소장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그 인연으로 독일철도 한국 워크숍에 참석한 후 대표를 박물관에 초대하기도 했었다.

최근 독일의 한 매체에서 ‘기차 레일 사이에 설치한 태양전지는 5개의 원자력발전소 발전량과 같은 양의 전기를 생성할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는 독일철도가 영국의 에너지 기업과 함께 철도 선로 사이의 공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시험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 선로위의 태양광 패널.

 

기차가 달리는 선로는 열차 운행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접근할 수도 없는 공간이지만, 태양광은 자유롭게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따라서 세계 최초의 전기철도와 세계 최초의 디젤엔진, 세계 최초의 프로펠러 고속철도, 세계 최초의 철도박물관 개관 등 다방면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올렸던 독일철도가 이를 통해 에너지 개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작은 다소 늦었지만 고속철도를 세계에서 5번째로 개통했고, 철도산업이 세계 10위권 내 진입했음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철도에서도 이같은 청정에너지 개발 사업 등에 참여해 태양광 열차를 운행한다면 과연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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