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10연속 3.50% 동결…물가 안정에 ‘발목’

박정수 기자 / 2024-04-12 14:16:04

[하비엔뉴스 = 박정수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0연속 3.50%로 동결했다.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3%대에 이르고, 농산물과 유가 등이 들썩이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금리를 내리면 자칫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미국(5.25∼5.50%)과의 금리 격차(2.0%p)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외국인 자금 유출과 환율 불안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은이 연방준비제도(Fed)보다 앞서 금리를 낮출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12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동결했다.

 

한은의 이같은 방침은 물가·가계부채·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경제성장 등 상충적 요소들이 모두 불안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월(3.1%)과 3월(3.1%) 2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고, 최근 중동 전쟁 상황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까지 배럴당 90달러대까지 뛰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경제 규모(GDP)에 비해 여전히 많은 가계부채나 부동산 쏠림 등 금융 불균형 문제가 금리 인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반대로 물가와 가계부채를 억누르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금리 부담이 더 커지면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줄줄이 터지고, 소비가 위축돼 한은이 올해 제시한 성장률(2.1%) 달성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저를 제외한 금융통화위원 6명 가운데 5명은 3개월 후에도 3.5%의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며 “이들 5명은 근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2%)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기조를 지속해야 할 필요성을 말씀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1명은 내수 부진이 지속될 경우 이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는 이유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했다”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 2.3% 정도까지 갈 수 있을 지가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계속 높아지면 하반기에도 금리 인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 총재는 최근의 농산물 물가 상승에 대해 “통화 재정 정책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폭등한 사과값에 대해서도 금리와는 별개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많은 분이 유통을 개선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데, 사실 기후변화 때문에 생산물이 줄어들면 유통을 아무리 개선해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기후변화 때문에 생기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국민적 합의점이 무엇인지 생각할 시점이 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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