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군사기밀 유출’ 면죄부에 ‘방산 카르텔’ 재수사 촉구

박정수 기자 / 2024-03-01 15:16:05

[하비엔뉴스 = 박정수 기자] 최근 방위사업청이 군사기밀 유출로 논란이 된 HD현대중공업에 대해 ‘행정지도’ 처분을 내리자 서일준 의원(국민의힘)이 입찰 참가 자격을 재심의하고 ‘방산 카르텔’ 척결을 위한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7일 열린 계약심의회에서 HD현대중공업 부정당업체 제재 심의는 ‘행정지도’로 의결됐다고 밝혔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방사청 관계자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 국가계약법 제27조 1항 1호 및 4호 상 계약이행 시 설계서와 다른 부정시공과 금전적 손해 발생 등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고, 제척기간을 경과함에 따라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봤다”라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앞서 지난 2012∼2015년 사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한 후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했다. 이에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방사청은 그러나 해당 사건에 대해 ‘행정지도’ 처분을 내려 HD현대중공업은 차기 구축함 건조 사업에서 입찰 자격을 제한받지 않는다.

 

이에 서일준 의원은 성명을 통해 방사청의 이번 결정에 대해 “심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서 의원은 “HD현대중공업의 직원 9명은 2012년부터 수 년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함정 관련 자료를 도둑 촬영, 회사 내부 서버를 통해 공유해 군사기밀을 탐지·수집 및 누설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전원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며 “이들이 빼돌린 자료들은 핵심 내용들로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 주요 사항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건에 대한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이던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현대중공업은 겨우 0.056점이라는 점수 차이로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KDDX 기본설계 사업을 가로챘다”며 “게다가 2020년 5월 KDDX 기본설계 입찰공고가 있기 불과 몇 달 전인 2019년 9월, 방사청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 업무 지침’이 당시 현대중공업에 유리하도록 변경됐고, 이는 정권 차원의 비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3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에서 한화오션이 울산급 Batch-Ⅲ 호위함과 한국형 구축함(KDDX), 한국형 차세대 스마트 구축함(KDDX-S), 합동화력함 등 수상함 모형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 의원은 또 “전현직 방위사업청장들은 잇따라 국회에 나와 구체적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국민께 공언해 왔다”며 “그럼에도 유감스럽게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에 대해 입찰 자격 유지 결정을 내렸고, 이는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라고 지적했다. 

 

투명성과 공정성이 중요한 국방·안보 사업에서 이같은 ‘특혜 의혹’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 서 의원 측의 설명이다.

 

서 의원은 “방사청이 ‘방위사업법 59조에 따른 제재는 청렴 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 제재 처분할 수 없다’라고 언급한 것은 지나가던 소가 웃을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심의 전 한 언론은 군사기밀 유출로 논란이 돼 유죄가 확정된 HD현대중공업의 직원 1명이 피의자 신분으로 국방부 검찰단으로부터 조사를 받으면서 KDDX와 관련한 군사기밀을 불법 취득한 사실을 보고한 보고서에 중역(임원)이 결재한 정황이 담긴 진술이 처음으로 확인됐다라고 보도했다”며 “이같은 내용이 방사청 심의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서 의원은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임원개입 여부가 언론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의 입찰 참가 자격에 대한 재심의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며 “경찰을 비롯한 수사당국은 역량을 총집결해 ‘방산 카르텔’ ‘방산 마피아’ 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투입해 해군의 6000톤급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것으로, 개념 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각각 수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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