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뒤늦은 ‘라임펀드’ 징계에 대한 우울한 단상

송현섭 / 2022-11-24 14:58:54

[하비엔=송현섭 기자]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9년 발생한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최근 뒤늦게 징계를 내린 조치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라임 사태는 당시 국내 최대 사모펀드였던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업체의 CB(전환사채)를 편법으로 거래하며 부실화돼 4000여명의 투자자가 1조6700억원의 피해를 입은 사건이다.

 

금감원은 최근 펀드가 부실화될 것을 알면서도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판매했다며 우리은행 직원 28명에 대해 징계조치를 내렸다. 이에 앞서 금융위원회는 당시 행장으로 재직하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징계를 결정한 바 있다.

문제는 금융지주사 CEO 인사 시즌에 맞춰 뒤늦게 일련의 징계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3년이나 지난 사건을 굳이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1년 넘게 심사를 미루고, 정권이 바뀌고 난 뒤 금융당국에서 급하게 결정한 배경을 두고 ‘관치금융으로 돌아가기 원하는 세력이 있다’거나 ‘낙하산 인사 의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지난 17일에는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명의로 ‘이복현 금감원장은 외압 의도가 아니라면 말을 아껴라’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성명서까지 발표됐다.

금융노조는 일단 금융정책·감독 실패와 금융사들의 무능력·비도덕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익극대화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CEO부터 일선 판매직원들까지 가해자로 모는 것은 부당하다는 견해다. 

정부와 감독기관이 자본시장 육성을 내세워 금융산업을 통한 투기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사실 사모펀드 전문운용사 허가제를 등록제로 완화하고 최소 투자금액도 1억원으로 낮추고도 펀드 운용 형태를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다.


금융노조는 또 판매사인 은행이 사모펀드 내용·운용에 대해 제도적 접근이나 관여하기 힘든 구조임에도 판매 근로자들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았다고 비판했다.

우리은행이 라임펀드의 만기상환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을 알고도 상품을 판매했다는 금감원의 징계 사유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노조에서 주장하듯 라임펀드의 구조상 만기 불일치는 당연할 수 있지만, 금감원에서 인정하지 않고 은행에서 분조위의 결정에 따라 전액 배상한 점도 이번 징계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노조는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의 행보·발언에 대해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날리고 외압을 통해 낙하산 인사를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라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또 징계대상 CEO가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에 대해 “당사자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무언의 압력을 통해 법과 원칙에 의한 방어권조차 억누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노조의 성명처럼 이 원장이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불러 “내부통제 기준을 잘 마련하고 이행했다고 판단할 분이 CEO로 선임돼야 하며, 그렇지 못한 분이 경영을 하게 되면 감독권한을 타이트하게 행사할 수 밖에 없다”고 한 것은 감독기관 수장으로 위험한 발언이기도 하다.

이는 특정인을 지칭하고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에게 ‘감히 후보로도 내지 말라’는 경고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금융사의 건전한 경영을 위한 조력자 역할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넘어 어떤 식으로든 금융사 인사에 개입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선진적인 대한민국 금융계의 위상을 고려할 때 해외에서도 비판적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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