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전환사채 ‘투명성 강화’…편법·불공정행위 ‘근절’

강유식 기자 / 2024-01-23 11:42:34
전환사채 발행·유통공시 강화 등 제도 개선안 발표

[하비엔뉴스 = 강유식 기자] 금융당국이 최대주주의 편법적 지분 확대 등 그동안 제기돼왔던 전환사채(CB)의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다.

 

금융위원회는 23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간담회’를 개최하고,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날 김 부위원장은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콜옵션과 리픽싱 조건 등과 결합돼 중소·벤처기업의 주요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자리매김해 왔다”며 “일부에서는 이러한 전환사채의 특수성을 악용해 편법적으로 지배력을 확대하거나, 부당 이득을 얻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대주주가 주주가치를 저해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구체적 문제점으로는 ▲전환사채 발행·유통과정에서의 투명성 부족으로 시장의 감시와 견제 기능이 작동하지 못할 소지가 있다는 점 ▲모호한 규정을 이용한 임의적인 전환가액 조정으로 일반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는 점 ▲콜옵션·리픽싱 등 다양한 부가조건이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이 꼽혔다.

 

금융위가 발표한 제고 방안의 주요 내용은 ▲전환사채 발행 및 유통공시 강화 ▲전환가액 조정 합리화 ▲전환사채를 활용한 불공정거래 조사 강화 등이다.

 

금융위는 우선 콜옵션 행사자 지정 시 공시(구체적 행사자, 정당한 대가 수수여부, 지급금액 등)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현행 규정에서도 전환사채 발행 시 콜옵션 행사자를 공시토록 하고 있지만, 대부분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자’로만 공시해 투자자가 콜옵션 행사자에 대한 정보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발행회사의 ‘만기 전 전환사채’ 취득에 대한 공시도 강화된다. 이는 만기 전 취득한 전환사채를 최대주주에게 재매각한 후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법 등을 통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기 때문이다. 또 만기 전 재매각은 사실상 신규발행과 유사함에도 시장에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였다.

 

이에 금융당국은 만기 전 전환사채 취득·처분에 대한 시장 감시를 강화하고, 투자자들이 만기 전 취득 전환사채에 대한 좀더 투명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만기 전 취득사유와 향후 처리방안(소각, 재매각 등)을 공시토록 할 계획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사모 전환사채 발행 시 사모 유상증자와 동일하게 발행 이사회 결의 이후 납입기일 1주일 전 주요사항보고서를 통한 공시 의무화도 추진된다.

 

시가변동에 따른 리픽싱 최저한도(최초 전환가액의 70%) 예외 적용 사유와 절차는 합리화하기로 했다. 현행 규정은 시가 변동에 따른 리픽싱 최저한도를 최초 전환가액의 70%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기업 구조조정과 같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 또는 정관을 통한 예외 적용(70% 미만)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이 정관을 이용해 불가피한 경우가 아닌 통상의 사유(자금조달, 자산매입 등)를 이유로 최저한도(70%) 제한 규제를 회피하는 사례가 발생해 왔다.

 

이에 주주총회 동의(건별)를 구한 경우에만 전환사채 리픽싱 최저한도에 대한 예외 적용(최초 전환가액의 70% 미만으로 조정 등)을 허용했다.

 

또 불합리한 전환가액 조정에 따른 일반주주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정비한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증자와 주식배당 등으로 전환권의 가치가 희석되는 경우 희석효과를 반영한 가액 이상으로만 전환가액 하향 조정을 할 수 있다.

 

이외 사모 전환사채 전환가액 산정 기준일도 명확히 규율하기로 했다. 발행 직전 주가를 전환가액에 공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원칙적으로 사모 전환사채의 전환가액 산정 시 ‘실제 납입일’의 기준시가를 반영하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하위규정 개정을 통해 추진 가능한 사항은 올해 상반기 중 마무리하고,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입법지원 노력을 강화할 계획이다”라며 “앞으로도 전환사채 시장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불공정거래가 지속되는 경우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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