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신의 기차로, 세계로 10화] 일본의 철도 이야기

편집국 / 2022-12-07 14:32:13

[하비엔= 편집국] 일본은 철도개통 전인 1840년대 편집돼 1854년 출간된 <서양의 이상한 장치>라는 책에 증기기관차 그림이 소개됐다. 

 

처음 운행된 철도는 에도 시대 말기(1853년) 러시아의 군함이 나가사키에 진입해 막부(幕府)와 협상하는 동안 배 위에서 증기기관차 모형을 운전하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 서양의 이상한 장치’에 소개된 증기기관차.


일본의 ‘토마스-에디슨’이라 불리는 발명가이자 기업가인 다나카 히사시게(田中久重)는 러시아 외교관이 들여온 증기관차에 매료돼 ‘일본에 최초로 증기기관차를 달리게 한다’는 꿈을 가지고 1853년 증기기관차를 만들기 시작해 1855년 2월 증기기관차 모델 제작을 완성했다고 전해진다.


▲ 히사시게 증기기관차.


이후 조약체결 지령을 받고 1854년 일본을 방문한 미 해군 제독 Matthew Calbraith Perry가 가져온 모형 증기기관차를 운전한 후 조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1930년 한국에서 기관차 제작 기념으로 축소 제작해 1954년 창경원에서 어린이를 태웠던 꼬마열차(철도박물관 전시 중)를 생각나게 한다.


▲ Perry가 선물한 증기기관차 그림(①대영박물관, ②미국Brown대학 도서관 소장)과 ③철도박물관 전시 기관차의 ④1950년 창경원 운행모습

 

서양과의 불평등 조약을 체결하게 만든 도쿠가와 막부의 내분으로 막부시대가 종료되고 메이지유신 이후 1869년 11월 신바시(新橋)와 요코하마(横浜) 사이의 철도건설을 결정했다. 

 

하지만 당시 일본 스스로 건설은 불가능해 기술과 자금은 영국에서 지원받기로 하고, 다음 해(1870) 일본인들이 ‘철도의 은인’이라 부르는 영국의 철도기술자 Edmund Morel에 의해 공사가 시작됐다.

일본철도가 협궤철도로 시작된 것은 Edmund Morel이 다른 나라 철도와 연결할 필요도 없는 섬나라에서 굳이 돈이 많이 드는 넓은 선로가 필요치 않아 정부의 제정을 고려했던 것이다. 

 

침목은 본래 영국산 철제 침목을 사용할 예정이었지만, 삼림자원이 풍부한 일본의 환경에 맞춰 목재 침목으로 변경했다.

우리나라는 표준궤간(1435㎜)보다 넓은 궤간을 광궤, 좁은 궤간을 협궤라 하는데 광궤는 1520~2140㎜까지 6가지 궤간이 있고, 협궤는 381~1372㎜까지 15가지 궤간이 있다.

 

일본의 1067㎜ 궤간은 노르웨이 공학자 Carl Abraham Pihl 제안으로 1862년 노르웨이 산악지역에 처음 부설된 후 1873년 Cape 식민지(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부설되면서 케이프 궤간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전 세계 약 11만2000㎞의 선로에 설치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함평궤도와 서울·부산의 노면전차 선로가 케이프 궤간이었다.
 

▲ 1호 기관차(중요문화재_철도기념물).

 

약 3년 만인 음력 1872년 9월12일 신바시(현 시오도메 汐留)-요코하마(현 사쿠라기쵸 桜木町)역간 일본 최초의 철도가 개통된 다음 해부터 양력 사용을 시작한 일본은 음력 9월12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10월14일을 철도기념일로 정했다.

 

철도박물관이 도쿄에 있던 2004년 방문했을 때 ‘중요문화재-철도기념물’로 지정된 당시의 ‘기관차 1호’를 볼 수 있었다. 

 

▲ 일동기유.

 

우리 역사 중 처음으로 소개된 철도 이야기는 일본철도 개통 4년 후인 1876년 강화도조약 체결 후 수신사로 임명된 김기수가 단원 76명과 함께한 경험을 1877년 <일동기유(日東記游)>로 펴내면서 제2권 완상(玩賞) 편에 기차를 처음 타본 이야기를 화륜거(火輪車)라는 이름으로 소개한 것이 최초의 철도 이야기다. 

 

▲ 현 신바시역 광장 증기기관차.

 

필자가 2013년 사이타마(埼玉)시 철도박물관에서 열린 제1회 세계철도박물관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신바시역 광장에는 옛 신바시(현 시오도메 汐留)역 출발 첫 열차 100주년을 기념해 1972년부터 전시되고 있는 증기기관차가 자리 잡고 있었다.


▲ 옛 신바시역(상)과 신바시역 전시실(하).


이어 찾아본 ‘구 신바시정거장 철도역사전시실’은 옛 신바시역 모양을 재현해 건축한 건물로, 전시실에는 땅에 묻혀있던 옛 역사(驛舍)의 기초석과 선로 및 당시의 집기 등 발굴된 유물과 설명 안내판, 옛날 사진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 재현된 승강장과 선로,기점.


야외에는 옛 승강장을 재현해 놨고, 철도 시발점 표시판 앞에는 땅에 묻혔던 당시의 선로를 발굴해 승강장 옆에 안내판과 함께 부설돼 있다. 필자는 케이프 궤간의 넓이를 느껴보기 위해 선로에 올라 보기도 했다.


▲ 케이프궤간 선로.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 일본철도의 시작은 돈도, 기술도 없는 처지에서 일본과의 무역 등을 통해 이익을 구하려는 다른 나라들의 도움을 받아 시작됐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철도를 부설하면 일정 기간 운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인수 시에는 정당한 대금지불 약속과 금광채굴권 제공 등 정당한 보상이 약속됐던 미국과의 철도부설 특허는 정상적인 국제관례였다.

 

하지만 일제의 야욕에 의해 치욕적으로 변해버린 우리 철도역사를 되돌릴 수 없어 그 아픔이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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