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목소리 더빙, 영광"...'태일이' 장동윤이 되살린 '의로운 청년'

노이슬 / 2021-11-11 20:24:56
-11월 13일 전태일 열사 51주기 맞아 장편 에니메이션 '태일이' 개봉
-장동윤, 염혜란, 진선규, 박철민, 태인호, 권해효 등 실제 배우들이 더빙 참여
-홍준표 감독 "인간 전태일 조명"

[하비엔=노이슬 기자] "전태일 목소리 연기할 수 있어 영광"

 

11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CGV 용산에서 애니메이션 '태일이' 언론 시사 및 간담회가 개최, 이 자리에는 감독 홍준표, 배우 장동윤, 제작 명필름 대표 심재명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태일이'는 1970년 평화시장, 부당한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해 뜨겁게 싸웠던 청년 '전태일'의 이야기를 그린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12월 1일 개봉 앞둔 장편 애니메이션 '태일이' 전태일 목소리 연기한 배우 장동윤/명필름 제공

 

연출을 맡은 홍준표 감독은 "새로운 시각으로 20대 초반의 우리랑 비슷한 동료에 초점을 맞춰서 우리가 얘기를 하면 다음 세대에도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연출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말했다.

 

이어 홍 감독은 "50년 전에 태일이가 있었고, 그때 당시의 노동환경이 있었다. 저도 노동자다. 지금 세대의 노동자는 많다. 같은 이야기를 아직까지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많은 부분이 개선됐고, 다양한 방안들이 마련됐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노동자의 환경은 여전한 것 같다. 다시 한번 전태일이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시대에 맞게 개선해 나가야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제작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95년에 박광수 감독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이라는 영화가 나왔다. 2011년에 '마당을 나온 암탉'이 나왔는데 다행이도 많은 응원을 주셔서 전태일을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했다. 최우철 만화가의 원작을 애니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제작하게 됐다. 영화 산업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을 계속 하고싶은 마음에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마당을 나온 암탉'이 220만을 돌파했었다.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최고 기록이다. 한국 영화 산업에 있어서 장편 애니메이션이 취약하다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실사 영화를 주로 제작한 회사지만 또 다른 장편 애니메이션을 작업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정말 실사 영화 이상의 제작의 어려움이 많더라. 한국영화 산업에서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관객들에 사랑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12월 1일 개봉 앞둔 장편 애니메이션 '태일이' 감독 홍준표 /명필름 제공

 

'태일이' 배역 목소리 연기는 장동윤, 염혜란, 박철민, 진선규 등 실제 배우들이 참여했다. 특히 전태일 목소리를 연기한 장동윤은 "실존 인물에 대한 연기를 하는 것에 욕심이 있었다.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하고 싶었다. 평소 잘 알지 못했지만, 그렇게 알게 된 전태일 열사에 대해서 의미가 있는 인물이기에 태일이를 연기할 수 있는다는 것에 대해 영광스럽게 생각한 부분도 있었다. 제안 받았을 때 거리낌 없었다"고 말했다.

 

심 대표와 홍 감독은 더빙 캐스팅 비화도 전했다. 먼저 심 대표는 "애니메이션이기에 목소리 더빙을 성우로 하는 경우가 많다. 저희 영화도 일부 성우 더빙이지만 주연 배우를 배우로 캐스팅한 것은 좀 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톤, 성우 더빙에서 느낄 수 있는 풍부함이 있겠지만 배우들의 자연스러움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조금 더 평범하고 일상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싶어서 배우들을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심 대표는 "'마당을 나온 암탉'도 문소리 최민식 박철민 배우와 작업을 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은 실사 배우들을 많이 캐스팅한다. 실제 장동윤, 염혜란, 박철민, 진선규 배우 등 실제 이미지를 반영하면 풍부한 정서적인 느낌을 주지 않을까, 장편 애니메이션 흥행 측면에 있어서도 배우들이 참여해주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태일이'는 전태일의 유년 시절부터 그가 뜨겁게 마지막을 장식하기까지 일대기가 모두 담겼다. 노동자로서의 모습과 더불어 '20대 청년 전태일'의 모습을 비춘다. 특히 마지막 그의 분신 장면은 강렬하지만, 짧은 분량으로 등장했다. 이에 홍 감독은 "제작 초기부터 상당히 고민이 많았다. 우리는 전태일의 마지막을 분신으로 기억한다. 근로기준법과 분신이 키워드가 따라붙는다. 제가 얘기하는 '태일이'에서는 분신으로 마지막을 맞았다는 것보다 과정과 동료들과 보낸 일상에 집중했다. 마지막 분신 장며은 아주 짧게 그 부분을 강조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12월 1일 개봉 앞둔 장편 애니메이션 '태일이' 제작 명필름 대표 심재명 /명필름 제공

 

또 전태일이 일하는 공간인 '한미사' 공장 연출에 대해 홍 감독은 "기록이나 많은 분들 기억에 따르면 삭막하고 빛도 들지 않고, 먼지가 가득한 답답한 공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주 무대가 되는 공장 안이 실제로는 답답하게 보이겠지만, 한편으로 공간은 그럴지언정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따뜻한 한때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먼지가 따뜻한 한때를 보낼 때는 반짝이가 되서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같은 공간이지만 다양한 분위기가 보일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첫 더빙에 도전한 장동윤은 전태일에 대해 알아가며 많은 준비를 했다. 그는 "더빙 연기가 처음이라서 실사 매체 연기를 할 때는 몸도 활용하고 신체를 다 활용했는데 목소리로만 표현 해야 하니 처음에는 낯설었다. 입 모양도 맞춰야 하고 주위의 인물들과 호흡도 맞춰야 했다. 그래도 하면서 애니메이션 태일이의 목소리와 제 목소리가 부합했을 때 성취감도 있었다. 앞으로도 기회가 있으면 더빙 연기를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전태일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잘 몰랐다가 작품에 참여하면서 전태일 평전도 읽어보고 재단에 방문해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저랑은 세대가 많이 차이나서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을 찾아가면서 친숙해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일상에서 많이 보이는 평범한 인물이고, 전태일하면 떠 오르는 업적보다 인간 전태일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표현하고, 그 어린 친구가 어떻게 그렇게 하게 됐는지 그런 것들을 하면서 더빙하다보니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장동윤은 "태일이가 친구에 편지를 하는 내레이션을 하고 목사님과 얘기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었던 어리고 평범한 청년 전태일이 깨닫게 되는 장면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편지 속의 말들이 서정적이고 공감이 되서 기억에 많이 남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홍 감독은 "장동윤 배우님의 외모, 목소리 이런 것들이 주인공과 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점점 더 배우의 외모를 닮아가서 지금의 태일이가 됐다. 故 이소선 여사 목소리의 염혜란 배우와 장동윤 배우의 목소리가 한 일곱 번 정도 오셨다. 한번은 호흡하러 오시고, 추가 녹음도 하셨다. 제작자로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림이 추가되면 추가를 하기도 했다. 이 영화의 목소리 연기에 흔쾌히 참여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심 대표는 "장동윤 배우는 편의점 강도를 잡고 뉴스에 나왔던 모습을 보고 떠올랐다. 그때는 연기자가 아니었다. 그런 이미지 때문에 이견없이 제안을 드렸다. 염혜란 배우는 휼륭한 연기자이면서도 故이소선 여사의 삶을 잘 이해해주실 것 같았다. 진선규 배우는 전태일이라는 인물이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하셨다. 대학로에서 꾸준히 전태일을 연기하셨다. 여기서는 아버지 역할을 하면서 존경심을 표했다. 권해효 배우님은 시대에 고민을 담은, 실존 인물에 관심이 많고 사회적 목소리는 내는데 주저하지 않으시는 분이다. 악독한 사장 역할을 맡아주셨다"고 했다.

 

여기에 홍 감독은 "출신이 대구라서 사투리 연기가 된단. 사투리가 자연스러웠으면 했다. 평소에 서울 말을 쓰는 와중에 덜 익숙해서 사투리가 담기는 게 필요했다. 녹음하면서도 그런 지점이 찰떡같이 붙어서 너무 좋았다. 박철민 배우님 같은 경우는 신 씨 역할을 떠올렸을 때 영화에서도 같은 역할을 하셨다. 시간이 흘려서 애니메이션으로 태어나는 역할로 생각하면서 재밌게 작업했다"고 비회도 전했다.

 

마지막으로 장동윤은 "저도 오늘 처음 보면서 마지막에 뭉클하고 많이 눈물이 났다. 영화가 전태일의 업적이나 일들을 부각하는게 아니라 살아온 인생을 그려주고 인간적인 측면을 보면서 따뜻함도 느끼고 무겁지 않게 볼 수 있는 영화다. 기존에 알고 있던 세대의 부모님도, 잘 몰랐던 세대들도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고, 홍 감독은 "무겁지 않은 화법으로 얘기할 수 있다는 게 애니메이션의 장점인 것 같다. 전태일을 잘 모르는 분들도 애니메이션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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