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칼럼] 상속재산분할협의와 상속포기의 차이

편집국 / 2020-10-11 18:51:00
법률사무소 호산/김호산 변호사

[하비엔=편집국] 상속포기를 하는 경우는 대부분 두 가지이다. 첫번째는 사망자가 빚이 많아 상속인들이 상속하지 않으려는 경우, 두번째는 상속인 중 1인이 빚이 많아 상속을 꺼리는 경우이다. 얼마 전 두 번째 경우와 관련한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고객의 사정은 이러했다.

고객은 1남 1녀를 둔 70대 어머니셨고, 남편께서 10개월 전에 사망하셨다. 남편이 남긴 상속재산은 부부가 함께 거주해온 집 한 채였다. 자녀들은 어머니께서 그 집에서 계속 편하게 거주하실 수 있도록 그 집을 상속받지 않고, 모친 혼자서 상속받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특히 장남은 다른 사람의 빚보증을 해주었다가 보증채무로 인한 신용불량 상태였기에, 처음부터 상속을 받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상속인들은 상속등기를 할 때, 자녀들은 상속을 포기하고 모친께서 혼자 상속받는다는 내용으로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고, 모친 앞으로 상속등기가 이루어졌다. 이렇게 상속 과정이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어머니 앞으로 법원에서 보낸 소장이 도달하였다. 

 

장남이 상속을 받지 않아 결과적으로 재산을 빼돌리는 결과가 발생하였기 때문에, 장남의 채권자가 장남이 상속받지 않기로 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취소하라는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소장을 받은 어머니는 장남이 상속을 포기하면 문제가 없다고 들었는데, 왜 장남의 채권자가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인지 궁금해하셨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상속포기와 우리 민법에서 규정한 상속포기는 의미가 좀 다르다. 나는 상속을 받지 않고, 나를 제외한 다른 상속인들이 상속을 받는 것으로 정리를 하면 내가 상속을 포기한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민법에서 말하는 상속포기는 법적인 절차이고, 반드시 가정법원에 신청하여 수리를 받아야 인정받을 수 있다.

상속재산분할협의는 개인들이 사적으로 협의한 것에 불과한 반면, 민법상 상속포기는 법원을 통해 공적으로 상속인의 지위 자체를 소멸하게 만드는 행위이다. 그래서 민법상 상속포기를 하게 되면, 채권자들도 그 상속포기를 취소시킬 수가 없다는 것이 현재 대법원의 판단이다. 상속포기라는 것이 상속인의 단순한 재산적 처분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격적 관계까지 고려하여 내려진 결단이라고 보는 것이다.

결국 위 사례에서는 자녀들이 민법에 따른 상속포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송에서 기존의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취소되고, 장남의 상속분만큼 장남이 상속받은 것으로 처리되어 채권자가 경매 등 강제집행을 할 가능성이 높다.

 

상속포기를 신청할 수 있는 기간도 모두 지났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상속포기 신청도 불가능하다. 이들은 상속포기를 하면 된다는 내용의 정확한 법적 의미를 알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본인들이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상속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처럼 어떠한 행위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법원에 신청을 한다는 등의 공적인 행위가 반드시 수반되어야지만 효력을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적 행위들을 하기 전에 전문가나 관련 기관으로부터 조언을 얻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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