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행복 집짓기 4화] 타일을 잘못 고른 것 같아요

편집국 / 2021-12-17 17:25:56

[하비엔=편집국] 태안 단독주택 현장관리를 하면서 있었던 일이다. 설계를 끝내고 공사를 진행하면서 함께 설계한 김 실장에게 인테리어 디자인을 일임하여 타일, 벽지, 마루, 조명 등을 건축주와 함께 고르게 했다. 그중 타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집의 큰 틀인 구조 공사가 끝나면 외벽 공사와 내부 공사를 함께 들어간다. 이때 건축주와 함께 타일을 고르러 간다. 타일의 종류는 수백 가지. 이제부터 건축주의 고민이 시작된다. 여러 타일 중 건축주의 시선이 커다란 폴리싱 타일에 머문다. 새하얀 대리석에 유광으로 반짝이는 타일이었다. 아무래도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의견을 말하려고 하는데, 마침 김 실장이 건축주에게 ‘공간에 비해 타일이 크면 부담스러울 수 있어서 작은 크기의 타일을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며 설득했다.

적절한 조언이었다. 주택 화장실 벽타일은 대개 30*60cm의 도기질 타일을 많이 사용한다. 건축주가 눈여겨 본 폴리싱 타일은 90cm*180cm로, 주택 화장실에 사용하기에는 크기가 컸다. 이 정도 되는 크기는 호텔 로비나 넓은 거실 벽에 어울린다. 

 

공간에 비해 타일이 크거나 작으면 크기에 압도되어 불편함을 느끼거나, 공간이 협소해 보이는 역효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 혼란스러울 때, 설계자(PM)와 함께 가면 고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비슷한 톤의 타일을 보며 선택이 힘들 때도 있다.

약 3시간 정도 타일을 고르고 회사로 돌아왔다. 김 실장은 고른 타일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조심스럽게 다가오더니, “대표님, 아무래도 타일을 잘못 고른 것 같아요”라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무슨 일이고 하니, 매장에 우드타일 샘플이 없어서 카탈로그를 보고 골랐는데,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니 카탈로그 색과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건축주와 이야기해서 결정이 난 듯했다. 타일은 빛에 따라 색이 다르고, 어떤 종이에 인쇄를 하느냐에 따라 색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반드시 실물을 보고 고르는 것이 좋다.

 

그 부분을 놓친 것이다. 아직 발주가 들어가지는 않아 변경할 수 있었지만, 김 실장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고 물어봤다. 신논현 쪽에 쇼룸이 있으니 직접 가서 확인하고, 자신이 골랐으니 건축주와 직접 통화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김실장과 함께 신논현으로 갔다. 

▲ 카다로그에서 본 타일 색 (중간)

▲실제 타일 색

 

결과적으로 불행 중 다행이랄까 매장에서 본 색이 더 나았다. 그런데 김 실장은 본인이 생각했던 색상과 달라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카탈로그에서 봤을 때는 어두운 갈색 계열이었는데, 실제로 와서 보니 체리몰딩 색인 것이다. 하지만 건축주의 취향과 타일이 붙는 곳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오히려 체리몰딩처럼 경쾌한 색이 어울렸다. 김 실장은 쇼룸에서 찍은 사진을 건축주에게 보여주며 상황을 설명했다. 건축주는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색이라며 만족해했다. 


그리고 타일 붙이는 날, 김 실장과 함께 현장으로 떠났다. 김 실장은 아침부터 초조해 보였다. 어제 저녁부터 제발 타일이 잘 어울리길, 예쁘길 하고 기도했다고 한다.
▲ 2층 테라스. ‘풍란카페’라는 이름으로 난을 키우는 건축주를 위한 유리온실 겸 커피 마시는 곳이다.

집 앞에서 건축주와 함께 타일을 시공 중인 2층으로 올라갔다. 건축주는 물론 김 실장도 굉장히 만족했다. 오히려 붉은색이 천장과 벽의 목재 루버와 어울렸다. 마음에 들어 하는 건축주의 얼굴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김용만 생태건축가, 

주요 약력- 품건축(주)대표이사, 펜타건축사사무소 대표, 도서출판 품 대표

저서. ‘시골땅 집짓기 성공해부학’ ‘행복집짓기+’ ‘건축, 생태적소통의 이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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