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신의 철길 따라 31화 ] 철도 급수탑 이야기

편집국 / 2021-04-27 11:15:24

▲협궤증기기관차 급수하는 모습
[하비엔=편집국] 철도의 급수탑은 증기기관차를 운행하던 시절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던 설비로 전국 각지의 옛 역 터에 남아있으며, 일부 급수탑이 등록문화재로 등록되었거나 철도문화유물로 남아있어 지역에 따라 문화 또는 관광 홍보용으로 활용되고 있기에 그 기능과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본다.
▲탄수차(炭水車)

 

먼저 급수탑이 필요했던 이유는 초기 철도의 기관차는 물을 끓여 발생하는 증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증기기관차였기 때문이었으며, 기관차에 연결된 물탱크의 물은 증기로 변하여 열차가 달리면서 배출되어 부족해진 물을 계속 보충하기 위하여 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는 설비이다. 

▲탱크형증기기관차 푸러

증기기관차에 연결된 탄수차(炭水車)는 물과 석탄(1960년대 석탄은 방카씨유로 대체)을 적재하는 차량이며, 별도의 탄수차를 연결한 텐더(tender)형 증기기관차와 달리 탄수차를 연결하지 않고 기관차 자체에 연료 적재공간과 물탱크를 설치한 탱크(tank)형 증기기관차도 함께 운행되었다.

▲급수탑의 역할

 

급수탑의 역할은 연천역 급수탑의 작동원리 설명을 인용하면 지하수 등 물을 급수정으급로 모아 펌프를 이용한다.

 

▲위 급수탑하부 기초공사 모습/ 아래 급수탑과 급수전의 모습. 

 

지상 15m 높이의 급수탑 상단 물탱크에 저장(연천역 급수탑은 100ton까지 가능)하여 수압(낙차)을 이용하여 지하 배관을 거쳐 선로 옆에 설치된 급수전에서 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는 설비로 우측 사진은 1936년 순천역 구내에 급수탑을 설치하는 모습이다.

급수 이야기는 스웨덴 기자 아손 그렙스트(William Andersson Grebst)가 1912년에 발간한 책 「I Korea」에서 자신이 경부철도 첫 승객이었다며 경부선 개통 전인 1904년 12월 24일 초량에서 서울까지 시각표상 16시간이나 30시간 이상 소요될 수 있다는 부산우체국장 충고를 받으면서 시운전 열차에 승차하여 난로 연료가 떨어져 추위에 시달리는 중 수원역에서는 펌프 동파로 급수를 못 해서 다음 역까지 갈 수 없게 되어 한밤중 2시간을 걸어서 영등포에 도착한 이야기가 나와있다. 

▲I Korea와 한국교통동란기

1953년 교통부에서 발간한 「한국교통동란기」 중 ‘직장 사수의 비화’ 편에 전쟁 중 대전역을 급히 탈출해야 할 위급한 상황에서 물이 모자라 증기(蒸氣) 메-터가 저하되어 기관이 자동 정지되어 기관차를 포기했던 사례가 기록으로 남아있다.

증기기관차 운행 당시 열차 시각표에서 추풍령, 성환 등 급수를 위한 정차 시각이 열차에 따라 5~10분이 정해져 있어 급수 소요 시간이 5~10분가량이었음을 알 수 있으며, 급수탑이 불필요하게 된 시점은 1967년 8월 31일 서울역에서 거행된 증기기관차 종운식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입환 또는 관광열차 등에 계속 운행되기도 하였으나 이날을 기점으로 각급 열차를 견인하던 증기기관차를 디젤전기기관차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한강 변 임시급수탑 

 

급수탑은 지역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이 사진은 전쟁 중인 1950년 10월 한강 변에 임시 설치하여 사용했던 임시급수탑의 모습이고, 현재 남아있는 철도 급수탑은 등록문화재로 등록된 급수탑 외에 경부선 수원역 2개, 청도역, 경원선 연천역, 경전선 보성역, 전라선 순천역 및 구 남원역, 중앙선 풍기역, 동해선 경주역, 충북선 충주역, 호남선 구 신흥리역, 장항선 청소역, 수인선 구 송도역에 각 1개 등 22개가 남아있음이 확인된다. 

 

지역에 따라 공원화 또는 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고 있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9개의 급수탑을 간략히 소개한다. 

▲사진 좌측부터 45호-연천 46호-도계 47호-추풍령 48호-연산 49호-안동 50호-영천 51호-삼랑진

 

2003년 1월 28일 급수탑 7개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후 2003년 6월 30일과 2004년 12월 말 각 1개씩 추가되어 현재 9개의 급수탑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연천역 급수탑의 경우 원통형과 상자형 2개 중 상자형만 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영동선 도계역 급수탑은 축조 당시 선로보다 4m 높은 위치에 설치되어 다른 급수탑에 비하면 높이가 낮은(8m) 특징이 있다. 

 

경부선 추풍령역 급수탑은 사각 상자형으로 사용하던 펌프와 배관시설 등 급수설비가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고, 외부에 6.25 전쟁 중 총탄 흔적이 남아있으며, 호남선 연산역 급수탑은 철도문화체험 설비로 활용되고 있고, 중앙선 안동역 급수탑은 외부 형태가 12각형의 독특한 형태로 축조되었으며, 1937년 축조된 것으로 높이 18m, 물탱크 용량 50톤인 중앙선 영천역 급수탑 역시 외부에 6.25 전쟁 중 총탄 흔적이 남아있고, 경부선 삼랑진 급수탑은 석재에서 철근콘크리트로 재료의 변천 과정을 보여준다. 

▲63호-학교
▲ 학교급수탑내부

 

모양이 마치 경주 첨성대를 연상하면서 상부 물탱크가 없어져 뻥 뚫린 형태로 보존된 구 학교역 급수탑은 호남선 복선화 과정에서 선로가 이설되어 철도 지역을 벗어나 철도시설물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수 있다. 

▲138호-원주

구 원주역 또한 선로 이설과 역의 이전 신설로 폐지되어 등록문화재 제138호 원주역 급수탑 역시 철도문화 유산으로 구 원주역 터에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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