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천기' 곽시양 "'이게 너였어?'라는 반응, 묘하고 감사했다"

노이슬 / 2021-11-09 06:30:52
-곽시양, '홍천기'에서 왕권에 강한 야욕 가진 주향대군으로 연기
-'인생 캐릭터'라는 호평 쏟아져
-차기작 '아이돌'에서는 계산적인 모습으로 새로운 면모 과시예정

[하비엔=노이슬 기자] 지난해 '앨리스'로 안방을 뜨겁게 달군 곽시양이 또 한번 묵직하게 돌아왔다. 쉴 틈 없이 배우 활동으로 필모를 쌓아가고 있는 그는 2016년 '마녀보감' 이후 6년만에 사극 나들이에 나섰다. 일부 시청자들은 '홍천기'에서 빌런 주향대군으로 분한 곽시양을 보며 '이게 너였어?'라는 반응을 이끌며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홍천기'(제작 스튜디오S, 스튜디오 태유)는 여화공 홍천기(김유정)와 별을 읽는 관상감 하람(안효섭)의 운명적 사랑을 다룬 대 서사시를 그린 드라마. 

 

▲SBS 월화드라마 '홍천기'에서 주향대군 역으로 호평 받은 배우 곽시양/드로잉엔터테인먼트

 

'별에서 온 그대', '뿌리 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 '하이에나' 등 수많은 명작으로 한류의 중심에 선 장태유 감독이 연출, 하은 작가가 집필했다. 특히 '성균관 스캔들', '해를 품은 달'의 원작자 정은궐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드라마화 했다. 최종회는 전국 평균 시청률 10.4%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닐슨코리아 기준)

 

곽시양은 극 중 스스로 조선의 왕이 될 것이라 확신하며 훗날 세조가 되는 길을 잔인함으로 수놓은 주향대군으로 분했다. 냉철하면서도 비범한 캐릭터인 주향대군은 이름부터 특성까지 '수양대군'을 떠 올리는 캐릭터로 '홍천기'의 최대 빌런이다. '마녀보감' 이후 6년만의 사극에 재도전이자, 사극 메인 빌런 캐릭터는 처음이었다.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진짜 많았다. 영화 관상의 이정재 선배님의 수양대군을 모티브로 삼았다. 비교대상이 되는만큼 준비를 굉장히 많이 했었다."

 

곽시양은 "상처와 의상으로 빌런으로서의 다크한 부분을 나타낼 수 있는 것들을 신경썼다"고 했다. "상처는 어느 위치에 있으면 좋을지, 분장도 카리스마와 묵직함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외적으로 회의를 많이 했다. 내적으로는 '관상'의 이정재 선배님의 수양대군의 디테일 부분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항상 질문을 했었다. 그 영화를 굉장히 많이 봤고 그 장면만 100번 넘게 봤었다. 상황별로 목소리의 떨림, 제스추어라던지 디테일하게 하나하나 보면서 만들어나갔다."

 

스스로 왕이 될 것이라 믿었던 주향대군의 욕망 이면에는 그가 저주에 걸렸다는 사실이 있었다. 왕이 되고자 했던 욕망을 터뜨리고 마왕을 받아들이는 것을 실패한 후 아버지에 호소했던 장면은 '빌런' 면모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곽시양은 해당 장면 촬영 당시 감정적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SBS 월화드라마 '홍천기'에서 주향대군 역으로 호평 받은 배우 곽시양/드로잉엔터테인먼트

 

"아버지한테 호소하던 장면은 찍으면서 감정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많이 힘들었다. 그동안 쌓아왔던 주향의 안에 있던 꿈틀댔던 것들을 모두 터뜨리고, 한편으로는 용서를 받고자 한 장면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된 것'이라고 얘기하는 장면이라 기억에 남는다. "

 

곽시양이 뽑은 최애 장면이기도 하다. "조성하 선배님 앞에서 왕권에 대한 야욕을 드러낸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저는 그때 원래는 울고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눈물보다 카리스마를 밀고 가고 싶었는데 아버지와 쌓인 것들을 왕권에 야욕을 드러내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신경써서 촬영하려고 노력했다."

 

최종회에는 곽시양의 분량이 적어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에필로그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피칠갑을 한 채 곤룡포를 입고 역모를 일으키는 모습으로 등장, 주향대군의 존재감을 시청자에 각인시켰다. 곽시양은 "마지막 장면 에필로그 장면은 제 의견이 반영됐다"고 했다. 

 

"원래 양명(공명)과 똑같은 전투복을 입고 촬영해야는데 곤룡포를 입겠다고 제안드렸더니 그대로 촬영이 됐다. 최종회의 분량은 적었지만, 드라마 종지부를 찍는 장면이 에필로그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주향대군은 왕이 되고자 할 것이고 스스로 왕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저는 그 장면이 큰 임팩트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만족하고 있다. 나름대로 두 가지를 생각했다. '난 아직도 내가 왕'이라고 생각하면서 촬영했다. 곽시양으로서는 주향대군이 죽어서 모든 사람들이 평화로우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SBS 월화드라마 '홍천기'에서 주향대군 역으로 호평 받은 배우 곽시양/드로잉엔터테인먼트

 

마지막회 뿐만 아니라 곽시양은 주향대군의 특색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 설정도 제안했었다. 그는 "감독님께 제가 먼저 걸걸하게 하거나, 더 목소리를 긁어서 내면 어떨까냐고 제안했었다. 근데 감독님께서 그 방법도 좋지만 한번이라도 삐끗한다면 감정이 깨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셔서 그냥 제 목소리로 갔다"고도 덧붙였다.

 

곽시양의 노력 덕분일까 일부 시청자들은 섬뜩한 표정과 상처 분장한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SNS나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그게 너였어?'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곽시양은 연기 칭찬에 쑥스러운 듯 미소지었다.

 

"칭찬받으니 조금 부끄럽다. 실제로 많이 와 닿지는 않았다. 연기하는데 위축되서 연기하는데 불편할 것 같아서 온라인 반응을 보지 않는다. 미움 받는 것도 그렇고지만, 부끄럽기도 하다. 좋은 말씀주시니 부끄러운 것 같다(미소)."

 

분장을 수염도 붙이고 눈 주변에 스모키도 하고 상처도 있다보니 저라고 생각못한 분들이 있긴 하더라. 어느 날은 지인한테 문자가 왔는데 '이거 너였어?'라고 하더라. 그때 진짜 묘했다. 정말 잘했구나. 스스로 생각들었다. 곽시양의 '인생 캐릭터'라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감사하고 몸둘바를 모르겠다. 열심히 했을 뿐인데 부끄럽다.

 

▲SBS 월화드라마 '홍천기'에서 주향대군 역으로 호평 받은 배우 곽시양/드로잉엔터테인먼트

 

연기를 자평해달라는 요청에 "제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다. 100% 만족하는 작품은 없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으니 90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극 중 빌런이었지만, 곽시양은 촬영장에서 함께 호흡한 김유정을 보며 아빠미소 지었단다. "유정씨가 촬영장에 오면 분위기가 많이 바뀐다. 밝아진다. 처음에는 차가운 느낌의 배우 가아닐까 했는데 호탕하고 주변을 챙기는 것을 보며 정말 멋있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미소 많이 지었다."

 

'왕권'을 두고 어쩔 수 없는 대립 관계를 이룬 양명대군 역의 공명, 마왕이 몸에 깃든 하람 역의 안효섭과의 호흡도 전했다. "공명씨는 정말 거리낌이 없었다. 친형 같기도 하고 친동생같기도 하다. 호흡할 때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고 리허설도 많이 했다. 저한테 자극이 되는 친구였다. 효섭이는 워낙 너무 친하다. 같이 살기도 했었고 소속사도 오래 같았었다. 처음에는 너무 친해서 문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친한 게 큰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흡도 자연스럽고 리액션도 자연스러웠다."

 

곽시양은 "공명씨에 '너 내편이 되어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공명씨가 단호하게 연기해주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감정이 쫙 올라왔었다. 공명씨가 그렇게 연기해주시고 받는 느낌이 굉장히 몰입하게 되더라. 그 장면은 감독님께 칭찬받은 장면이기도 했다. 몰입감도 좋고 ,눈에 칼이 들어갈 것 같다고 말해주셨다. 공명씨 덕분이 아니었나 싶다. 저한테는 굉장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고 덧붙였다.

 

▲SBS 월화드라마 '홍천기'에서 주향대군 역으로 호평 받은 배우 곽시양/드로잉엔터테인먼트

 

어느 덧 데뷔 8년차를 맞은 곽시양은 쉬지 쉬지 않고 일하는 중이다. '홍천기' 종영 후 8일 첫 방송된 JTBC 새 월화드라마 'IDOL [아이돌: THE Coup]'로 돌아왔다.

 

"'아이돌'의 차제혁이라는 인물은 굉장히 인간 계산기 같은 인물이다. 모든 사람을 보고 숫자로 계산하는 캐릭터다. 나한테 손해인가, 얼마짜리 상황인가 따지는 모습이다. 새로운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앞서 하비엔과의 '앨리스' 당시 인터뷰에서 말했던 바처럼 곽시양은 '시양타운'을 만들고 싶은 바람이 원동력이란다.

 

"저는 제 주변 사람들과 '시양타운'에서 살고 싶은 것은 변함이 없다(미소). 제가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도 '시양타운'을 짓기 위한 것이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여사는 집을 짓고 싶다. 제 주변 사람들이 저를 일하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다.

 

제가 해보고싶은 캐릭터가 너무 많다. 코믹적인 연기도 하고싶고 달달한 로코, 정통멜로 너무 해보고싶은 캐릭터가 많다. 오랫동안 원로 배우가 되서도 일을 하고 싶어서 여러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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