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러블리 힐링봇 '고장난 론', 1人 1'론' 해주세요

노이슬 / 2021-10-20 03:03:42

[하비엔=노이슬 기자] 고장났지만 그 어떤 것보다 귀엽고 러블리하다. 남녀노소 모두 사랑할 수 밖에 없다. 디즈니 픽사의 신작 '고장난 론'의 이야기다. 

 

'고장난 론'은 고장난 비봇 '론'과 '바니'의 우정을 그린 힐링 애니메이션이다.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같이 놀 사람이 없을 때 어떻게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이용자의 습관, 취미, 흥미에 따라 알고리즘으로 친구를 추천하는 SNS 특성을 고려했고, 특히 제작진의 자녀들은 모두 온라인에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녹여냈다.

 

▲고장난 비봇 '론'과 '바니'의 우정을 그린 디즈니 픽사 신작 애니메이션 '고장난 론'/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최첨단 소셜 AI '비봇'을 갖는 것이 소원인 소심한 소년 '바니'도 드디어 생일 선물로 '비봇'을 받았다. 보통의 비봇은 손바닥을 대는 순간, 모든 네트워크가 되고 취향에 따라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아이들의 친구. 아이들의 니즈를 충족, 탈 것까지 되고, 위험으로부터 지켜주기에 부모님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기특한 로봇이다. 

 

반면, 네트워크 접속이 불가능해 소셜 미디어도, 첨단 디지털 기능도 할 수 없는 고장난 비봇 론은 일련번호 R0NB1NT5CAT5CO의 앞 글자를 따서 '론'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바니는 론을 자신의 베스트 프렌드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정보를 하나하나 알려주며 주입시킨다. 친구가 필요했던 바니는 론을 자신의 친구로 만들어 자신의 친구 자리에 둔다. 이에 비봇을 타고, 비봇을 이용해 게임하고, 올라 타는 등의 행동을 하는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다. 그는 론을 안고 다니고, 얼굴에 물이 묻으면 닦아준다. 또 이불까지 덮어주며 소중하게 대해준다.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론 때문에 난처한 상황을 겪게 됐을 때는 론에게 거리를 두고 반품하겠다고 속상해하기도 한다. 

 

순진하고 충성심 높은 론은 고장난 AI이면서도 그에게 서운함을 표하고, 배운대로 실천하며 감정을 표현하며 배운대로 "우정은 양방향"이라고 말한다. 네트워크가 불가능한 론은 오프라인으로 직접 바니의 친구 찾기에 나선다. 바니의 식습관, 취미, 관심사 등을 중심으로 친구를 추가한다. 론이 오프라인으로 모은 친구들의 모습은 연령도, 성격도, 직업도 다양하다. 이는 '온친'(온라인 친구)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비춘다. 우스운 상황이지만,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장면이다.


▲고장난 비봇 '론'과 '바니'의 우정을 그린 디즈니 픽사 신작 애니메이션 '고장난 론'/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또한 매뉴얼에 없는 행동을 하는 론은 엉뚱하고 자유분방하다. 이에 '보호 장치'가 없어 '폭력'을 행사하는 론의 특성을 파악한 후 자신의 비봇에 적용한 후 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을 뜨끔하게 만든다. 기계 하나만으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완전히 붕괴시켜 흥미롭다.

 

다양한 그림과 컬러의 스킨 커버도 없는 순백의 도화지 같은 론을 보고 있자면, 2015년 개봉한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가 생각난다. '빅 히어로'에서 건강을 살피며 따스하게 안아주던 베이맥스가 있었다면 '고장난 론'은 어둠을 무서워하는 론을 위해 자신을 밝히는 론의 모습은 엄마미소를 짓게 되고 힐링을 안긴다.

 

반면 빌런으로 등장하는 버블사의 CEO 앤드류 모리스는 실제 모 대기업의 CEO를 떠 오르게 한다. 비봇이 아이들을 연결해주는 꿈과 희망의 존재로 만들었던 개발자 마크 와이델과는 달리, 사실은 오직 자신의 영광과 자산에만 관심이 있는 앤드류는 계속 논란을 일으키는 론과 바니를 잡기 위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무단 도용하고, 사생활 침해를 하는 대기업의 횡포를 꼬집기도 한다. 

 

▲고장난 비봇 '론'과 '바니'의 우정을 그린 디즈니 픽사 신작 애니메이션 '고장난 론'/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고장난 론'은 펜데믹 현상으로 학교 수업부터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오프라인의 활동이 불가해진 현실을 간접적으로 비춘다. 비봇이 있기에, 스스로 친구를 사귀러 오프라인으로 돌아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불특정 다수에 관심 받고 싶어하며 익명에 의해 받는 상처도 고스란히 떠 안는다. 비봇은 이용자의 감정은 관심없다. 오로지 '좋아요' 수치 측정과 '축하 세레머니'만 해줄 뿐이다. 행복해보였던 아이들이 그 누구보다 외로워 보이는 순간이다.

 

'인크레더블2' '인사이드 아웃' 제작진이 선사하는 엉망진창 어드벤처 '고장난 론'은 서로의 존재를 소중하게 대하고, 지켜주며 진짜 친구가 되어가는 론과 바니의 모습을 통해 올 가을 힐링을 안길 것이다. 러닝타임은 107분, 전체 관람가다. 개봉은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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