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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복' 영면하지 않는 두려움과 욕망

노이슬 기자 / 2021-04-13 00:20:31

[하비엔=노이슬 기자] 오랜 연구 끝에 만들어진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 필요에 의해 탄생됐지만 '인간'이다. 피부와 살갖을 가진, 아픔을 느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연구진들은 그를 '실험체'라 부른다.

 

중국 진시황은 서복에 '영생'을 얻기 위해 불로초를 찾아오라는 명을 내렸다. 이용주 감독은 '서복'을 영생의 존재로 설정했다. 그리고 죽음과 영생 사이에 두려움과 욕망을 그려넣어 <서복>을 만들었다.

 

 

줄기세포와 복제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서복(박보검)의 성장 속도는 인간보다 2배 빠르다. 이런 서복이 극비리에 이동해야 하고, 국가정보요원 안부장(조우진)은 퇴사한 민기헌(공유)에 임무를 맡긴다. 뇌종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민기헌은 하루하루 고통속에 살아가던 중 서복과 '공생' 관계가 되며 특별한 동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는 안부장이 서복을 외국으로 몰래 빼돌리기 위한 계획이었다.

 

하루 일과가 검사받기, 책 보기, 밥 먹기로 이뤄진 서복에게 연구실 밖은 신기하고 궁금한 것 투성이다. 특히 백색 점프수트를 입고 연구실에서 일관적인 삶을 살았던 서복은 시장에서 알록달록 빨강, 초록 등이 어우러진 새 옷을 입으며 다양한 경험을 한다. 이에 서복은 처음 시장에서 활력을 느끼고, 컵라면을 먹고, 소비하며 평범한 인간의 삶을 경험한다.

 

<서복> 속 민기헌과 서복의 동행은 사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전개다. 서로 낯 가리던 기헌과 서복은 대화하며 서로를 알아간다. "왜요?"라며 계속해서 순수한 궁금증을 던지고, 끝을 모르는 컵라면 먹방을 펼치는 서복과 귀찮아 하면서도 그를 챙기는 민기헌의 츤데레 같은 모습은 전형적인 틀에서 어긋나지 않는 티키타카, 브로케미를 완성했다.

 

 

그럼에도 몰입도를 높이는 것은 공유와 박보검의 명연기다. 박보검은 당최 생각을 알 수 없는 무표정의 서늘한 눈빛이다. 하지만 그가 감정을 내비치는 순간, 관객들은 그에게 미안함과 연민의 눈물을 훔친다. 

 

시한부 판정에 죄책감까지 더해진 삶을 사는 공유의 고통은 관객들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용의자> 북한 특수요원을 떠올리게 하는 날렵한 몸놀림의 액션연기까지, 두 배우의 명연기와 비주얼에 눈호강의 연속이다.

 

빌런이지만 두려워 용감한 조우진의 악역도 빛난다. 장영남은 비밀이 많은 임세은 박사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공감을 자아낸다. 일관성 있게 냉철해 악역 아닌 악역이 된 박병은도 존재감을 과시한다.

 

 

죽는 게 두려운 민기헌과 안부장, 죽을 날 받아놓고 두려움이 없어진 늙은 기업회장, 죽음을 모르는 서복. 잠을 자본 적이 없는 그는 '잠들다'는 의미를 '죽음'(영면永眠)으로 인식하며, 영생의 존재임을 다시 한번 각인 시킨다.

 

여기에 이용주 감독은 서복의 군사적 능력을 비추면서도 '영생'에만 집중, "사는 건 좋았어요?", "나도 뭐가 되고싶어도 돼?"라는 대사를 통해 죽음을 앞둔 두려움보다 '삶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짚어내며 메시지를 전달한다. 

 

 

극 오프닝에 잔잔한 칠흑빛 바다가 등장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땅에 균열이 생기고 결국엔 땅이 꺼져내린다. 이는 서복이 바람, 돌, 물 등 자연적인 존재까지 아우르는 압도적인 초능력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과시하며 SF 장르 속 액션 축을 담당했다.

 

이 감독은 해당 장면에 서복의 초능력에 감정 변화를 담아 액션으로 승화시켜 관전 포인트를 하나 더 안겼다. '복제인간'이라는 냉철한 SF 소재에 배우의 액션 연기가 아닌, 새로운 '감성 연출'을 녹여내며 뜨거운 감성 SF를 완성했다. 

 

<서복> 속 서복은 앞서 공유가 출연한 화제의 드라마 '도깨비' 김신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초월적인 힘을 가졌지만, 창조주에 의해 평생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가혹한 운명 역시 닮았다. 마치 'SF판 도깨비' 느낌이다.

 

지난해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정국 속 4월 15일 극장과 OTT 서비스인 티빙 동시 개봉이 확정됐다. 개봉날 오전 10시부터 안방에서 시청할 수 있다. 뻔한 신파여도 공유, 박보검의 브로맨스는 놓칠 수 없는 포인트. 러닝타임은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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