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종이꽃' 삶의 끝에서 만난 희망

노이슬 / 2020-10-16 16:36:50

[하비엔=노이슬 기자] 삶이 끝났다 생각한 순간 누군가는 당신에게 손을 내민다. 영화 '종이꽃'은 상처뿐인 이들이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준 기적같은 이야기를 그렸다.

 

 

오랜 세월 장의사로 살아온 성길(안성기)은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져 삶에 대한 의지를 잃은 아들 지혁(김혜성)과 녹록치 않은 형편 때문에 대규모 상조회사에서 새롭게 일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아들 지혁의 간병인은 그의 히스테리에 지쳐 그만두기 일쑤다.

 

그러던 중 앞집으로 은숙(유진)과 노을(장재희) 모녀가 이사왔다. 직업을 구하려던 은숙은 간병인을 자처하며 앞집으로 취직하며 두 가족은 점차 가까워진다.

 

안성기는 아픈 아들을 돌보느라 지쳐있는 아버지이자 장의사 성길로 분했다. 형편이 여의치 못한 가운데 아픈 아들을 볼보는 성길은 지친 상태다. 섬세한 눈빛과 행동 하나하나가 깊은 울림을 전한다. 

 

윤리와 돈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모습은 눈빛만으로도 그의 복잡한 심경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또한 안성기는 은숙의 딸로 분한 장재희와도 훈훈한 케미를 선보이며 살며시 미소 짓게 한다. 

 

 

유진은 영화 '요가학원'(2009) 이후 11년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종이꽃'을 선택했다. 은숙으로 분한 그는 매사에 긍정적이지만 남모를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유진은 흔히 보는 오지랖 넓은 아줌마로 완벽 변신했다. 푼수끼 있는 모습조차도 여전히 예쁘다. 그녀의 특유의 밝은 표정과 대사톤은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를 대변한다.

 

불의의 사고로 삶에 희망을 포기한채 텅 비어버린 눈으로 침대에 누워만 사는 지혁으로는 김혜성이 분했다. 하반신이 마비돼 걷지 못하는 동작 하나하나가 자연스럽다. 김혜성은 유진에게 틱틱대면서도 점차 그로 인해 변해가는 자연스러운 감정변화 연기를 완벽히 소화했다.

 

'종이꽃'의 포스터만 보면 안성기, 유진, 김혜성, 장재희는 마치 한 식구같다. 가족의 의미가 많이 퇴색된 이 시대에 '식구'가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라면, 영화 속 이들은 함께 살지는 않지만 서로에게 의지하고 희망을 찾게 된 이들을 또 다른 형태의 가족, 식구로 여긴 것으로 해석된다.

 

 

영화에서는 어려운 이들에게 무료로 국수를 주던 국수집 사장의 죽음을 비춘다. 살면서 타인에게 아낌없이 배풀었지만 그는 호적상의 가족이 없고, 돈이 없는 무연고자다. 함께 식당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지만 '법적으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삶이 끝나 고인이 된 이의 상여에 붙여주는 종이꽃은 고인의 죽음을 기리는 이들의 배려이고 사랑이다. 국수집 사장의 마지막은 '당연히' 종이꽃으로 마무리 되야 하지만 어쩐지 그것 하나 쉽지 않다. 

 

극 중 노을이 밥주던 고양이(양양이)가 죽자 성길은 인간에게 대하듯 장례를 치뤄준다. 성길은 장의사로서의 일을 행했고, 노을은 장의사인 성길에게 도움을 받아 '양양이'의 명복을 빌 수 있었다. 

 

그리고 노을은 "의사는 아픈 사람을 돕는다. 사람은 누구나 다 죽는다. 저는 죽은 사람을 돕는 장의사가 되고 싶다"며 의사와 장의사 모두 '돕는 사람'으로 칭하며 '시체처리반'이라며 장의사를 저속하고 저급하게 말하는 이들에게 '장의사'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좌절한 순간, 타인이 내민 손을 잡고 힘을 내본 이들이 있다면 '종이꽃'에 공감할 것이다. 러닝타임은 103분, 12세이상 관람가다. 개봉은 10월 2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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